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할아버지의 사랑, 그리고 귀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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by 조창이 2022. 10. 14. 23:04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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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그렇게 아버지는 뒤돌아 집으로 가셨습니다.>

결혼 12년 차..
그동안 아버지는 딱 한번 아들에게 서운함을 표현했었습니다.
"너 언제까지 불효할 거냐?"
"무슨 말씀이세요?"
"아버지도 외동아들이고, 너도 외아들인데, 손자 낳을 생각은 안 하는 거냐?"
아들이 결혼 3년 차에 딸 하나만 낳고, 둘째 소식이 없자, 몇 년을 참으시다가 몇 해전 아버지께서 하셨던 단 한 번의 말씀(이라 쓰고 서운함이라 읽음)이셨습니다. 사실, 아들은 둘째에 대한 생각을 계속했지만, 첫째 키우랴, 회사 일 때문에 해외 생활을 여러 차례 제법 긴 기간 동안 했었기 때문에 둘째를 낳아 기르기에는 여의치 않았습니다.
아버지의 말씀 덕분이었을까요? 계획한 것도 아니고 안 한 것도 아닌 타이밍에 둘째가 생겼습니다. 아들은 내심 아들을 원했었는데, 고맙게도 고추였습니다. 아버지께서는 몹시도 기뻐하셨습니다. 아마도, 아버지의 말씀을 빌리면, 드디어 아들은 효도라는 것을 한 거겠죠.
그렇게 손자는 할아버지의 넘치는 기대와 사랑을 받으며 세상 밖으로 나왔습니다. 하지만..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었습니다.

COVID-19!! 난세!! (by 할아버지)

그렇게도 손자를 기다리셨던 할아버지는 혹시나 본인 때문에 손자가 COVID에 걸리지 않을까 하시는 마음에 COVID-19이 조금 잠잠해질 때까지 아들 집에 오시지 않기로 마음먹었던 모양입니다. 시간이 흘러 손자가 태어난 지 50여 일.. 아버지는 아들에게 아마도 참다못해 전화를 하셨을 겁니다.
"아이는 잘 크고 있는데.. 이 놈의 코로나 때문에..."
아마도 아들 집에 오시겠다는 얘기를 차마 못 하신 거 같습니다. 그리고 며칠 후. 어머니는 며느리와 비밀(?)리에 손자를 보기 위한 아들 집 방문을 계획합니다.
그렇게 할아버지와 손자의 만남은 손자가 태어난 지 60일 만에 성사되었습니다. 하지만, 어쩐 일인지 할아버지는 손자를 멀찍이서 바라만 보십니다. 아들은 아버지께 손자를 안아 보시라 몇 번이나 권해 보지만, 그저 바라만 보시고 손끝 하나 닿지 않으십니다. 어머니도 나서서 아버지께 한 번 안아 보라고 권하시지만, 아버지는 미소를 짓기만 하십니다.
그렇게 몇 시간 지났을까.. 할아버지는 이제 됐으니 집으로 돌아가시겠답니다.
그렇게 그토록 기다리셨던 손자를 처음으로 만난 할아버지는 손자의 머리카락 한 올 만져 보시지도 않고 한 발치 물러서서 흐뭇하게 미소만 지으시며 줄곧 "건강하게 잘 자랐네."만 연발하시다가 집으로 돌아가시겠답니다. 아들은 아버지에게 물었습니다.
"한 번 안아 보시지.. 괜찮으시겠어요?"
"아니다.. 괜찮다.. 혹시라도... 혹시라도 코로나 걸리면 안 되잖아... 코로나가 물러가면 그때는 자주 보자."
그렇게 뒤돌아 아버지는 집으로 돌아가셨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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